12월을 맞아 곳곳에서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모처럼 <시사in> (제119호) 를 구입한 이유도 별책부록으로 <시사in 선정 올해의책 특집>을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전환>이 올해의책 / 올해의번역서 두부분에 걸쳐 2관왕에 올랐고, 폴 크루그먼 <불황의 경제학>, 진중권 <교수대위의 까치>등의 국내외 진보적 인사 혹은 휴마니타스, 창비 등의 진보적 출판사의 서적들이 대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반면 인권 / 민주주의에 관련된 책들은 2008년에 비해 확실히 위력을 잃었다. 이 빈틈을 메꾼것은 포스트 노무현시대의 새로운 진보담론에 대한 책들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작인 <성공과 좌절>, <진보의미래>가 모두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2008년을 지배하던 민주주의 담론과 달리 2009년에 살아남은 민주주의 관련서적은 최장집의 <민중에서 시민으로>가 거의 유일했다. 유시민의 <후불제민주주의>도 언급되긴 하였지만 이 책이 정통한 민주주의 담론에 대한 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보단 정치 에세이집에 가깝다.
문학부분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선정되었다. 이 책은 문학적인 역량도 뛰어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대중들을 서점으로 끌어모았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반면 올 한해동안 확고부동한 베스트셀러 1위로 자리매김하던 신경숙의 <엄마를부탁해>는 명단에서 찾아볼수 없었다. (언급이 전혀 없는걸 보니 2008년 도서로 분류한 모양이다) 최근 눈여겨볼 작가의 반열에 오른 김훈의 몇몇 신작도 출판되었으나 뚜렷한 족적을 남길만한 작품들은 아니었다. 최근 국내 도서시장의 문학비율이 급속도로 팽창한것은 반길만한 현상이지만 (심지어 베스트셀러 목록에 문학이 너무 많다며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경숙의 작품 다음에 하루키... 그리고 그 후로 눈에띄는 국내작가가 없다는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연과학부분 올해의 도서로는 <다윈평전> 이 선정되였다. 다윈의 해에 다윈의 책이 뽑힌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 책을 서점에서 본사람들은 (특히 나같은경우) 당황할지도 모른다 "인간 독서기들이나 읽을법한 이런 책이 올해의책이라고...?" 국내에서 백과사전 두권 분량의 책을 (1295페이지) 몇명이나 읽을수 있을지, 학문적으로보나 대중적으로보나 더 뛰어난 책들이 수두룩 하지 않았는지와 같은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올 한해 다위니즘에 관련된 양서가 너무많아 그중 한권을 선택한다는것이 쉽지는 않았을것이다. 추천위원들도 그점을 고려하여 가장 상징적인 책을 선정한것으로 보인다. (고종욱 순천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다윈의 기본으로 돌아감으로써 -일련의 다위니즘 담론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 도달할수 있을것이라며 이 책의 선정사유를 밝혔다)
반면 기후변화등 환경문제, 기아문제, 국제 지리적/정치적 정세에 관련된 책들은 올해의 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마치 올 한해 이런 담론이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말이다. 국내 문제에 몰두하기에도 숨가쁜 한해였기 때문일까?
덧붙여:
흥미로운것은 조선일보에서도 칼 폴라니의 <거대한전환> 을 올해의 도서로 뽑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이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그늘에 대해 다루고 있음에도 말이다. 원인을 생각해보면 1. 유독 조선일보가 이런 역설적 행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2. 돌이켜보면 (특히 경제문제에 관련되어서는) 보수언론들도 도서 선정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취해왔었다. 그들은 이전에도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쓴 우석훈 <88만원세대>, 장하준 <나쁜사마리아인들> 등을 올해의 책으로 뽑은 전례가있었다.
덧붙여2:
참고로 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는 (종합) 노무현, (스포츠) 김연아, (과학) 신종인플렌자, (사회)용산참사유가족, (최악)정운찬 등이 꼽혔다.
덧붙여3:
관련 링크를 제공해보려 하였으나 별책부록의 기사인 관계로 시사in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지 않은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100쪽에 가까운 선정도서 목록을 하나하나 직접 타이핑해서 소개하기엔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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